<aside> 📢 2022학년도 1학기 “신체론1” 강의 제출 리포트를 번역 및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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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사이언스 픽션(SF)이라 불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Mary Shelley, 1818)은 원작 발간으로부터 20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널리 알려져, 해당작을 모티프 삼은 창작 및 각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피조자에 공포스런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퍼뜨린 건 메리 셸리의 원작이 아니라 영화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dir. James Whale, 1931)이라고 흔히 지목된다[1] — 뿐더러, 대중이 ‘프랑켄슈타인’을 과학자가 아닌 피조자 쪽으로 오인하게 되는 계기로 《프랑켄슈타인》의 속편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The Bride of Frankenstein》(dir. James Whale, 1935)의 명명 미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2] 어쨌든, 현대 대중문화에 있어 프랑켄슈타인이 상징하는 것은 자연 법칙을 거스르고 기술을 남용한 인간 자신의 불안을 자극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철완 아톰 鉄腕アトム》(dir.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 1963~1966) 제1화에서 텐마 박사가 아톰을 완성하기 이르는 장면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피조자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시퀀스와 닮아 있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음악과 광기에 젖은 과학자의 경탄, 그리고 전기 송출에 의해 움직이는 피조물. 이러한 구도는 궁극적으로 히브리 성서 창조 신화를 원전 모티프로 삼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자기가 창조한 것을 보시니 모든 것이 아주 훌륭하였다. 저녁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이것이 여섯째 날이었다.” 창세기 1:31 KLB
“그때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티끌로 사람을 만들어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시자 산 존재가 되었다.” 창세기 2:7 KLB
숨 대신 전기 신호를 보내 생명을 만드는 것, 피조물을 보고 좋아라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신(의 법칙)을 매개하지 않는 것. 그리스 신화에 있어서도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에 생명을 준 건 아프로디테가 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처럼 고대 신화와 근대 영상물을 비교하면 인조 인격 창조 이야기에 나타나는 근대성의 보인다. 신과 자연의 자리에 인간과 기술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도발성을 서술자 역시 의식해서인지, 상술한 것처럼 감상자의 불안감을 키워서 행위의 위험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이 이루어진다.
한편, 원작 『프랑켄슈타인』에서 피조물은 금세기 대중이 상상하는 바와 같은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교양과 지성을 겸비한 인물로서 그려진다. SF 작가 김보영은 “셸리의 입장에서 그녀가 이입한 대상은 ‘과학자’가 아니라 ‘괴물’이었을 것이다. 괴물이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아무리 애써도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모습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을 대변한다”고 논평한다.[3]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비롯된 모티프가 창조주와 피조물의 위치 관계를 명확히 나타내는 것을 고려할 때, 그 피조자에게 느끼는 공포는 정말로 그것이 오직 살인을 저지르는 것 때문일 뿐일까? 로즈메리 갤런드-톰슨(Rosemarie Garland-Thomson)은 “프릭 쇼의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매우 다양한 몸들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삭제하여, 타자로서의 프릭이라는 단 하나의 기호 아래 그들을 융합했다는 점”[4]이라고 서술한다. 이러한 주장을 통틀어, 프랑켄슈타인의 피조자는 여성, 장애인, 이민자 등 시민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표상으로 독해하기에 충분하다.
비약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신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인간’이란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는 ‘시민’을 고려한 것으로, 그로 인해 규정(=피조)된 측의 힘, 지성, 욕망은 시민을 위협하는 것으로 타자화된다. 위협과 배제의 계급적 구도가 현대 대중에게 수용되는 바를 통해 재현되는 모습은 가히 아이러니하다고 말할 수 있다.
[1] Oliver Pfeiffer, “Why are film-makers so fascinated by Frankenstein?”, BBC Culture, 2016.03.07,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160202-why-are-film-makers-so-fascinated-by-frankenstein.
[2] Richard T. Jameson, “Frankenstein and The Bride of Frankenstein”, The A List: The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100 Essential Films, Da Capo Press, 2002; via “Index of Film Essays and Interviews”, Library of Congress, https://www.loc.gov/static/programs/national-film-preservation-board/documents/bride_frank.pdf.
[3] 김보영,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1818년 21세 여성의 손에서 탄생한 최초의 SF”, 한국일보, 2017.06.0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6030433848243.
[4] Rosemarie Garland Thomson, Extraordinary Bodies: Figuring Physical Disability in American Culture and Literature,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7; Eli Clare, 전혜은•제이 trans., 『망명과 자긍심 Exile and Pride: Disability, Queerness, and Liberation』, 현실문화연구, 2020(1999).